달리기를 막 시작하셨나요? 그럼 가장 먼저 고민되는 게 바로 신발일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집에 있던 일반 운동화 신고 뛰었는데, 주변 러너들 보니까 다들 화려한 러닝화를 신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런닝화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어떤 걸 사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습니다. 마라톤을 먼저 시작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쿠션화(cushioning shoe)를 추천해 줬고, 그렇게 제 첫 런닝화는 쿠션화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런닝화를 고를 때 뭘 봐야 할까요?
러닝화는 그냥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 아닙니다. 매년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처음 고를 땐 정말 막막하죠. 레이싱화(racing shoe), 조깅화, 쿠션화, 안정화까지 다양한 용어가 쏟아지니까요.
혹시 "그럼 그 브랜드에서 제일 비싼 신발이 좋은 신발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왕 사는 거 제일 좋은 걸 사면 나도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최상급 러닝화는 오직 기록 단축을 위해 극단적으로 설계된 신발이에요. 1분의 기록 단축을 위해 1g을 줄여야 하는 프로용 신발이죠.
제가 들었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이겁니다. 초보 시절부터 카본화(carbon plate shoe)를 신게 되면 부상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었어요. 카본화란 신발 밑창에 탄소섬유판을 넣어 추진력을 극대화한 신발인데, 쉽게 말해 레이싱카처럼 속도에만 최적화된 신발입니다. 이제 막 운전 면허를 딴 초보가 레이싱 서킷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도 이 말을 듣고 절대 카본화는 신지 않았고, 쿠션화로 시작해서 런닝 마일리지(누적 거리)가 충분히 쌓이고 기초 체력이 갖춰진 다음에야 다른 신발을 시도했습니다.
초보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는 무엇일까요?
런닝화를 고를 때 복잡한 기술이나 어려운 용어는 다 잊으셔도 됩니다. 실패 없는 선택을 위한 세 가지 기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쿠셔닝(Cushioning): 러닝화의 푹신하고 편안한 쿠션은 자동차의 서스펜션처럼 충격을 흡수해 줍니다. 달릴 때 충격은 체중의 세 배이고, 10km를 달리는 동안 1만 번의 충격을 우리 몸은 고스란히 받아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관절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안전 장치예요.
- 안정성(Stability): 방향을 틀거나 할 때 발목이 꺾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달리기를 막 시작한 초보들은 발목이 약하고 쉽게 다칠 수 있거든요. 발뒤꿈치 부분을 단단히 감싸 주고 발목의 불필요한 흔들림을 줄여 주는 신발이 필요합니다.
- 다재다능함(Versatility): 이제 막 시작했는데 신발을 용도별로 세 켤레씩 살 순 없잖아요. 천천히 조깅할 때도 편하고 가끔 속도를 낼 때도 괜찮고 심지어 그냥 걸을 때도 좋은 신발이 필요합니다.
저는 처음 쿠션화를 신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와, 이렇게 편한 신발이 있구나'를 온몸으로 느꼈을 정도였거든요. 심지어는 쿠션화를 평상화로도 신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쿠션이 주는 편안함은 초보 러너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브랜드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런닝화 브랜드는 정말 다양합니다. 각 브랜드마다 특징이 있고, 발 모양에 따라 맞는 신발도 다르죠. 제가 직접 신어보거나 주변 러너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나이키 페가수스(Nike Pegasus)는 러닝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무려 41번째 버전이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어요. 적당한 쿠션이 편안함을 주고 반응성(responsiveness)이 좋아서 속도를 낼 때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서 반응성이란 발을 구를 때 신발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해 추진력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만 나이키 신발은 발볼이 좁기로 유명해서, 발이 넓으신 분들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뉴발란스 1080(New Balance 1080)은 제가 친구들에게 가장 자주 추천했던 신발입니다. 쿠션이 정말 극강이거든요.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러닝화는 진짜 다르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신발입니다. 저도 1080 12버전을 오래 신었고, 장거리 러닝할 때 항상 함께했던 친구예요. 다만 쿠션이 너무 푹신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쫀쫀한 쿠션, 반발력이 있는 경쾌한 주행감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너무 푹신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아식스 노바블라스트 5(ASICS Novablast 5)는 출시 이후로 품절을 이어가고 리셀가가 높게 형성될 정도로 많은 러너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쿠션이 푹신하면서도 탱탱한 게 특징이에요. 충분히 편안하면서도 반발력이 있어서 빠른 템포의 러닝에도 잘 어울리는 신발입니다. 저도 실제로 신어본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데일리 트레이닝용으로 정말 잘 신고 있습니다. 밑창도 넓고 신발의 안정감이 느껴져서 초보 러너에게도 적합하고, 일상 조깅용, 장거리용, 템포런(tempo run) 등 다양한 상황에서 모두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올라운더 러닝화입니다. 템포런이란 마라톤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달리는 훈련 방식을 말합니다.
푸마 데빌레이트 니트로(PUMA Deviate Nitro) 시리즈는 가성비가 정말 좋습니다. 질소가 투입된 미드솔(midsole)이 쫀쫀하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미드솔이란 신발 밑창의 중간층으로, 쿠션 역할을 하는 핵심 부위를 뜻합니다. 다만 제 기준에는 발등이 살짝 낮고 발볼이 좁다고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은 정말 찾기 힘들어서, 부담 없이 제대로 된 러닝화가 필요하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브룩스(Brooks) 신발은 110년이나 된 미국 브랜드로, 현재 미국 러닝화 시장에서 넘버원입니다(출처: Brooks Running 공식 사이트). 브룩스 고스트 16(Ghost 16)은 쿠션이 푹신하다는 느낌보다는 탄탄하고 단단한 편입니다. 안정감이 강조된 타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도 이 신발 정말 자주 신습니다. 브룩스 아드레날린 24(Adrenaline GTS 24)는 제가 발목이 가장 안 좋을 때 신었던 신발인데요. 가이드 레일(Guide Rail) 시스템이 있어서 안정화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부상이 있거나 평발이신 분, 안정성이 우선인 초보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래서 결국 어떤 신발을 사야 할까요?
런닝 마일리지가 쌓이면서 대회도 출전하고 하다 보니, 저도 이제는 런닝화를 다양하게 구매해서 목적에 맞게 신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단 한 켤레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아식스 노바블라스트 5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2025년 기준 최고의 원탑 러닝화라고 생각합니다.
노바블라스트 5는 밸런스가 정말 좋아요. 입문자에게 꼭 필요한 푹신한 쿠셔닝과 흔들림 없는 안정성 모두 잘 챙겼고, 다재다능한 올라운더 신발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조깅용으로 시작해서 실력이 늘어 숙련자가 되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신발이에요. 무엇보다 이 통통 튀는 반발력이 달리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달려 나가고 싶어진달까요? 다만 가장 아쉬운 점은 구입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항상 품절이거든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닐 겁니다. 만약 재미보다는 안정감이 중요하다면 브룩스 고스트를 추천하고요. 푹신하고 편안한 달리기를 원하거나 과체중이신 분들께는 뉴발란스 1080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호카 클리프톤(HOKA Clifton)도 극강의 쿠셔닝으로 유명하고, 아디다스는 입문용 러닝화 라인업이 슈퍼노바(Supernova) 시리즈로 재편됐습니다. 이런 신발들도 매장에서 한번 신어 보고 비교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러닝화를 어디서 사는 게 좋을까요? 당연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사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구입하시는 경우도 많으시니까, 제가 따르는 기준을 공유하려고 해요. 러닝화도 가품이 많다고 해서 온라인 구입이 망설여지잖아요. 이때 고민해야 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가격, 두 번째는 판매자 확인입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일단 의심을 해보는 게 좋아요. 최신 인기 모델인데 터무니없이 싸다면 가품일 확률이 높습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의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는 경우는 믿고 구입해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이즈 팁입니다. 러닝화는 보통 일반 운동화보다 한 치수 크게, 5mm 크게 신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신발마다 달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매장에서 꼭 한번 신어 보시는 겁니다. 사실 러닝화는 브랜드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내 발에 맞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의 발에 가장 잘 맞고 편안한 신발, 달리는 발에 날개를 달아주는 신발, 그 신발이 바로 나의 최고의 신발입니다.
너무 좋은 고가의 신발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런닝화를 신어야 합니다. 쿠션화로 시작해서 런닝 마일리지가 쌓이고 기초 체력이 쌓일 때 다른 신발을 신어도 충분합니다. 나에게 잘 맞는 신발을 만나면 달리러 나가는 게 더 신나고 흥미진진해집니다. 나를 러너로 살아가게 도와주는 최고의 장비니까요.
--- 참고: https://youtu.be/0zl9rNZwES0?si=ZXZbHDtIzoNse3ur